올 한 해 수어 수업을 듣게 되어 기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다. 학교에 다니면서 영어 외의 언어도 꼭 배워 보고 싶었는데 글로비시와 수어를 둘 다 하게 되어서 매우 만족스럽다. 예전에 홈스쿨링을 할 때 금요일마다 자기개발 시간이 있었는데, 남들은 그 시간마다 밀린 숙제를 했고 나는 혼자 수어 공부를 했다. 그때 처음 수어를 알게 됐다. 혼자서 인터넷 강의를 보고 하는 거라 꾸준히 배우진 못했지만 그때 처음 수어 표현들을 접하면서 수어를 좋은 경험으로 남겨 뒀다. 올 해 배우게 된 수어수업은 그때보다 비교적 전문적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어를 배운다고 해서 기대했지만, 설마 농인 강사님에게서 배울 거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1년 가까이 이은영 선생님과 만나오면서 나는 수어수업을 기대 이상이라고 느끼게 됐다. 일단 혼자가 아니라 다같이 배우게 되어서 좋았다. 여기서 다같이란 함께 밥 먹고, 함께 공부하며 생활하는 동료들과 같이 배운다는 점에서 함께하는 즐거움을 느꼈고 배운 언어를 어떻게 사용하게 될지, 앞으로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하게 될지 같이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 해의 수업들을 돌이켜 보면서 수업의 집중도에 대해서 말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소리 없이 진행되는 수업이 이렇게 지루하지 않다는 것이 그저 신기했다. 이은영 선생님이 말씀을 재밌게 잘하신다는 점도 한 몫 한 것 같다. 나도 학교에서 진행한 아침 수업들 중에서 가장 졸지 않고 집중해서 들었다. 내년에는 수업이 어떤 형태로 진행될지 모르겠다. 사실 지금처럼 강의에 치중된 수업도 나쁘지 않지만 다른 방식을 써볼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물론 수업에 대한 흥미는 지금 이상으로 이어갔으면 좋겠다.

첫 4주간 진행했던 이현화 강사님의 수업도 다른 면에서 좋았다. 사실 그때 수업에서 들었던 말들 중 몇가지는 지금도 나의 수어 공부에 영향을 주고 있고 기억에 남는 가르침을 많이 주셨다. 그리고 이현화 선생님이 마지막에 하셨던 말씀이 마음에 남는다. 하자 학생들의 (의자를 정리하는 등의)행동을 보고 4주만 수업을 하게 되었다는 걸 약간은 후회하신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 말을 듣고 어떻게 작업장 학교가 좋은 강사님과 함께할 수 있는지 조금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짱짱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한 해를 정리하는 때가 오면서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의 얼굴이 상기되었다. 좋은 사람들 덕분에 좋은 가르침과 여운을 마음속에 남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중에서 수어수업은 사람, 혹은 사람들에 대해 배우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