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와 물레 여행 후기 ()

 

시와 물레 여행은 67일부터 69일 까지 하는 여행이었다. 23일은 짧은 듯 했던 재밌는 여행이었다.

67. 6시간 버스를 타고 해남을 향했다. 큰 버스에 두 자리를 혼자씩 탈 정도로 자리가 많았다. 기묘한 기분이었다. 자리가 많은 건지 사람이 적은 건지. . .기분이 묘했다. 버스 뒷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자 알자캠프때가 떠올랐다. 서로 어색한 채로 버스가 꽉 차서 이동을 했었고, 다들 잠만 자거나 휴대폰을 하거나 했었다. 내 옆엔 너구리가 앉았었는데 그때는 말 한마디도 안하고 서로 휴대폰만 봤었는데 지금은 다들 서로 왁자지껄 떠들면서 갔다. 같이 게임을 하고 중간에 장난도 치고 . . 옛날엔 언제 어떻게 친해지지?’, ‘말을 먼저 걸어야 하나?’, ‘인사를 언제쯤에 해야 좋은 타이밍일까?’ 라는 생각을 계속 했었는데 지금은 스스럼없이 인사하고 얘기하며 버스를 타고 가고 있었다. 시와 물레 여행을 가기 전에 불안했던 마음이 어느새 점점 느슨해지더니 설렘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버스 하나를 탔을 뿐인데 불안과 긴장이 누그러졌다. 그렇게 학교 입학 때를 떠올리며 고정희 시인의 생가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려 논밭을 조금 걸었더니 고정희 시인의 집이 나왔다. 그곳엔 고정희 시인이 썼던 시가 마당에 몇 개 전시 되어 있었고, 집 내부에는 낡은 책이 책장에 가득 있었다. 벽에 걸린 그림과 옛날 액자에 옛날 사진, 책상 등이 있었다. 평범한 옛날 집이었다. 사실 나는 고정희 시인에 대해들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었다. 아는 것도 없었던 지라 아무 생각 없이 둘러 본 것 같다. 생가를 보고 시인의 묘로 향했다. 그곳에서 모두가 모여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이란 노래를 부르고 시 하나를 낭송했다. 절을 하고 와인을 무덤에 뿌리는 것을 몇 사람이 하고 서야 끝이 났다. 나는 묘와 함께 다시 고정희 시인의 집으로 갔다. 벽 같은 입구에 계단이 있어 올라갔다. 그리고 그 위에서 본 논밭과 하늘이 쭉 뻗어있는 풍경이 마음에 한 결의 바람처럼 휩쓸고 지나갔다. 시원해지면서 힐링 되는 기분이었다. 풀과 벌레는 무서워하지만 논밭이 예쁘게 펼쳐진 곳에서 혼자 집짓고 조용히 쉬면서 사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다. 이 풍경을 보며 다시 한 번 내 미래의 삶을 그려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 뒤 위로 올라오는 친구들로 인해 시끌벅적하게 떠들다가 다시 버스를 타러 돌아갔다. 1시간 정도 가서 도착한 곳은 미황사였다. 짐을 챙기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끝이 보일 때쯤에 계단이 나오고 ! 드디어 끝이야!’ 하는 순간에 다시 계단이 보이고 . . . 힘들게 올라가 숙소에 짐을 풀었다. 옥수수는 나와 묘, 롸롸 셋이라서 느낌이 신기했다. 이전 학교에서는 여자가 많아서 힘든 일이 많았었는데 이번에는 여자가 너무 적어서 느낌이 이상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이라 더 이상했던 것 같다. 조금 쉬다가 사찰음식을 먹으러 갔다. 다 같이 앉아 저녁 공양계송(?)을 하는데 옆에 드시고 계시던 아주머니들께서 수저를 놓고 우리들도 해야 하는 건가?’ 라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시며 우물쭈물해 하셨다. 사찰음식을 먹고 씻은 뒤 묘와 같이 나가서 시를 읽고 낭송연습을 했다. 낭송이 아니라 그냥 읽는 것 같았지만. . . . 저녁에 다 같이 모여 시를 한 편씩 돌아가면서 읽었다. 다들 좋은 시와 재밌는 시를 준비해와서 즐겁고 재밌게 들었던 것 같다. 초등학생 때는 도서관에서 시집만 읽었었는데 요즘은 시집을 읽은 적이 없었다. 이번 시간으로 인해 시를 다시 한 번 읽을 수 있었고 시로 시간을 보내서 좋았다. 시를 함께 나누고 수박과 과자를 나눠 먹었다. 다들 빠르고 깨끗하게 수박을 해치웠다. 왠지 이때만 다들 속도가 빨라지는 것 같다. 기분 탓이겠지. . . ?

방으로 들어가기 전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밤하늘엔 별이 많이 있었다. 별 때문인지 유난히 밤하늘이 밝아보였다.

 

68. 아침 5시부터 잠이 덜 깬 채로 모두가 나와 부처님 동상에서 절을 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 108배를 했다. 108배를 할 때 다쳤었던 발등 쪽 인대가 다시 아파왔다. 다 나은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결국 108배를 끝까지 하지는 못해서 아쉬웠지만 그래도 거의 108배를 했던 것이니 그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아침을 먹고 미황사에서 나와 다시 버스를 타고 공방으로 향했다. 공방에서 숟가락을 못 만들었던 사람들은 숟가락을 만들었고 다른 사람들은 젓가락을 만들었다. 공방은 목수님이 직접 만드신 거라고 한다. 예쁜 공방이었다. 적당히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나무를 깎았다. 사각 사각 하는 소리와 침묵, 바람소리가 좋았다. 손은 나무를 잡고 칼을 잡고 있어서 아팠지만 소리가 좋아서, 바람이 좋아서, 함께하는 이 시간이 좋아서 좋았다. 나무에만 집중을 하고 다른 곳에 신경을 쓰지 않는 무아지경에 오르니 마음도 평온해지고 가득 찼던 머리가 비워지며 가벼워지는 것이 느껴졌다. 손으로 하는 단순노동은 이런 점이 좋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손만 움직이면 되니까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으니까 좋다. 오후까지 작업을 한 뒤 진도 팽목항으로 이동했다. 빨간 등대와 곳곳에 걸린 노란 리본, 신발이 있었다. 3년 전엔 진한 노란색의 리본과 한 번도 신지 않은 새 신발이 있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이 신어서 헐어보일 정도로 오래된 신발과 빛바랜 노란 리본이 있었다. 많이 찾아오던 사람들이 이제는 없었고 조용한 바다와 빨간 등대와 우리가 다였다. 비어있는 등대로 이어지는 길을 보니 괜히 마음이 저려왔다. 조금씩 잊혀 가는 것인지 빨간 등대와 리본이 쓸쓸해 보였다. 팽목항에서 조금 걸어 유가족이 지키고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세월호를 표현한 쇠로 된 조형물(?)들이 있었다. 예전에는 반짝였는데 지금은 녹슬어 있는 것이 많은 시간이 지났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세월호 희생자에게 묵념을 하고 현재 세월호의 상황에 대해 들었다. 다시 버스를 타고 노르웨이라는 게스트 하우스에 갔다. 벌레도 없고 풀도 없고, 푹신한 매트에, 이불이 있어서 좋았다. 가족이 아닌 다른 사람들과 여행을 가서 푹 잠을 잔 것도 오랜만이었다. 꿀잠을 잘 수 있었다.

 

69. 아침은 게스트 하우스에서 주는 조식을 먹고 다 함께 모여 앉아 자신이 쓴 시를 돌아가며 읽었다. 모두가 좋은 시를 썼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을 시로 쓴 것 같았다. 짐을 챙기고 버스에 탔다. ‘괜찮아 마을로 향했다. ‘괜찮아 마을은 요즘 청년들이 배우고 자고 창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곳인데 실패해도 괜찮아’, ‘쉬어도 괜찮아. 라고 해서 괜찮아 마을이었다. 프레젠테이션을 보고 마을을 한 바퀴 돌면서 설명을 들었다. 목포에 대해 알 수 있어서 좋았지만 괜찮아 마을보다는 목포에 있는 이 마을의 역사에 대한 것을 좀 더 많이 설명해 줘서 아쉬웠다. ‘괜찮아 마을은 지금 만들어 지는 중인 것 같아 관련된 건물을 많이 못 본 것 같았다. ‘괜찮아 마을그 자체의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아쉬운 점이 많았다. 다음에 괜찮아 마을이 완성 된다면 가야겠다. 오후에는 목포신항에 갔다. 늘 멀리서만 보았던 인양된 세월호를 안에 들어가서 볼 수 있었다. 4년 전 세월호는 색깔이 선명했었고 TV속에서 세월호가 가라앉을 때 파란부분이 선명했었는데 인양된 세월호는 온통 녹슬기만 했다. 부서지고 찢어져있었다. 그곳에서 유가족 한 분을 만났다. 그분은 마지막으로 우리에게 이런 말을 하셨다.

후회되는 건 일로 바빠 아들과 얘기를 많이 못했던 것입니다. 학생들은 이번에 집에 가면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바라는 건 세월호를 머릿속으로 기억하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기억하는 것과 집에서 가족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것입니다.”라는 말을 하셨다. 이 말을 듣고 마음이 뭉클했다. ‘헤어지기 전에 좀 더 얘기를 나눌걸.’, ‘전화 많이 할 걸.’, ‘사진 좀 더 찍어 둘 걸.’. . . 갑자기 공감이 되면서 그 말이 너무 찔려왔다.

공감의 무게는 다르지만 공감을 할 수 있었다. 분명 그 분은 많은 후회를 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더니 세월호에게 미안했다.

 

시와 물레 여행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정리를 할 수 있었고, 반성을 할 수 있었고, 마음에 휴식을 줄 수 있었다. 이번 여행이 느긋해서 좋았다. 좀 더 느릿느릿하게 풍경을 바라보며 걷는 것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래도 이번 여행은 좋은 쉼이 될 수 있었다. 다른 옥수수와 흙들에게도 좋은 휴식이었으면 좋겠다.

 

이번 여행을 끝내고 다음 주에 만날 때는 더 활기찬 모습으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