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황식 대법관님, 관직 갈아타기는 위헌입니다!"
현직 부장 판사가 대법관 임기 절반 못 채운 김황식 총리 후보자에게 보낸 이메일 화제
김도균 (capa1954) 기자
  
▲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된 김황식 감사원장이 16일 국회 예결위 회의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김황식

[기사보강 : 23일 오후 6시 35분]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의 잇단 '임기 중 관직 갈아타기'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대법관 재임 중 감사원장에 내정됐을 당시 한 법관이 그에게 보낸 '이메일'이 화제가 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08년 6월 27일 당시 서울서부지방법원에 근무하던 정영진 부장판사가 김 당시 대법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현직 대법관이 임기가 반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부 산하 고위 기관장으로 전직하는 것은 헌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 판사는 또 "견제와 대립 관계에 있어야 할 사법부와 행정부가 상호 인사교류를 하면서 융합하는 것은 삼권분립주의를 채택한 헌법 위반"이라며 이는 "아군의 최고위급 장군이 적군의 최고위급 특수부대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법관의 전직, 임명동의 한 국회 측의 신뢰 배반하는 것"

 

그는 이어 "헌법상 근무기간이 정해져 있는 대법관은 그 임기 동안 근무해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며 "만일 어느 대법관이 임기의 반도 채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국회가 임명동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대법관직 취임 의사를 표시한 이상 감사원장으로 전직하는 것은 (임기 동안 계속 근무하겠다는) 묵시적 의사표시에 반하며, 임명동의를 한 국회 측의 신뢰를 배반하는 것으로 법률상 허용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메일 말미에서 정 판사는 "법관은…사법권의 독립과 법관의 명예를 굳게 지켜야 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 법관은 … 법관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를 갖추어야 한다"는 법관윤리 강령을 인용했다.

 

그는 이 윤리강령을 들어 "법관 윤리상 대법관의 감사원장 전직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한다"며 "대법관님께서 사법부와 국민을 위한 옳은 결단을 하셔서 이번 일이 오히려 사법부의 위상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 글을 맺고 있다.

 

당시 법원 내부통신망을 통해 공개된 정 판사의 글에는 많은 댓글이 달리면서 법원 공무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당시 올라왔던 댓글 대부분은 "오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오라해서 가는 것도 문제지요", "이명박 황제님! 우리 사법부의 정점이신 대법관을 돌려주세요. 당신의 노리개가 될 분이 아니라 자유와 평등과 정의를 지키는 자존심이랍니다. 제발 법원만은 황제의 침실에 불러들이지 마세요!", "마땅히 사법부는 행정부를 견제해야 합니다. 그런데 행정부로 가다니, 그것도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이어서 당시 법원 공무원들이 김 대법관의 감사원장 임명에 대해 매우 부정적으로 보고 있었음을 알려준다. 

법원 공무원들뿐 아니라 새사회연대, 참여연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삼권분립의 상징이자 사법부의 수장인 현직 대법관이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또한, 김 대법관의 사표가 이용훈 대법원장에 의해 수리된 직후인 지난 2008년 7월 18일 '민주사법국민회의'는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에 보장된 임기 6년의 대법관을 물러나게 하고 행정부처의 수장인 감사원장으로 임명하려는 것은 대법원장의 제청권과 국회 동의권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것"이라며 "절대권력자로 군림하며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불순한 저의나 음모가 아니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사법국민회의는 또 "수많은 국민들이 처절한 희생과 투쟁으로 쟁취해 준 사법부 독립을 헌신짝처럼 내던진 이용훈 대법원장과 김황식 대법관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헌정질서를 유린하고 법 위에 군림하며 군사독재시대의 절대권력을 다시 세우려는 대통령의 부당한 인사권에 당당히 맞서 사법부의 진정한 독립과 사법민주화에 전력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국민의 사법부로 올곧게 세울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8년 헌법이 정한 대법관 임기(6년)를 절반도 채우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직속기관인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 후보자가 이번에 새 총리에 임명된다면 또 다시 감사원장의 임기(4년)를 절반만 수행하는 꼴이 된다. 

때문에 오는 29일, 30일 열리는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의 청문회는 2년 전 그가 대법관에서 감사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와 마찬가지로 한바탕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법관은 계속 근무하여야 할 법적 의무 부담"

 

다음은 정 판사가 보낸 이메일 전문이다.

 

대법관님께! 

저는 사법연수원(14기) 시절 당시 고등법원 판사로 근무하시던 대법관님으로부터 독일법 관련 강의를 들은 외에는, 대법관님과 같은 법원에 근무한 적도 없고, 기타 특별한 인연도 없어 대법관님에 대해서 개인적으로는 잘 모릅니다. 

 그런데 근자에 언론은 사법부 내 최고위직에 계시는 대법관님께서 행정부 내 고위직 기관장인 감사원장으로 내정된 것으로 보도하였고, 대법관님께서도 이를 적극 부인하지 않으신 상태로 알려져 있어, 사법부 구성원으로서 나름대로의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많은 법관들 및 법원 직원들이 심한 모멸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일부 법관들의 반응은 언론에도 보도되었고, 직원들의 반응은 코트넷에 게시되어 있습니다). 

 대법관님에 대한 현재의 국민적 평가가 어떠하든 간에, 국회인사청문회라는 간접적 방식을 통하여 국민적 인준을 얻으신 대법관님께서 대법관 임기 동안 사법부 내에 계속 계시면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시기를 바라는 것은 저 뿐만 아니라 사법부 구성원 모두, 나아가 국민 일반의 바람일 것으로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 메일은 대법관님께서 감사원장으로의 전직을 승낙하지 않으셨으면 하는 저의 간절한 소망을 대법관님께 전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적입니다. 대법관님께도 헌법상 양심의 자유와 직업선택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마당에 다른 사람이 대법관님의 감사원장행에 대하여 이러쿵, 저러쿵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시각이 있을 수도 있으나 대법관님의 전직은 법리적으로나 법관윤리상 문제의 소지가 있고, 다른 국민들에게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는 이상 이와 관련된 제3자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에 대법관님께서 귀 기울이실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디 대법관님께서 결단을 내리셔서 이번 일로 더 이상 사법부의 위신이 실추되거나 사법불신의 또 다른 구실이 되지 않도록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음은 대법관님의 전직과 관련된 법리적 문제점을 제가 간단히 정리한 것이오니, 외람되지만,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 우선, 현직 대법관이 임기가 반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행정부 산하 고위 기관장으로 전직하는 것은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습니다.


 우리 헌법은 삼권분립주의를 채택하여 사법부와 행정부가 상호 견제와 균형을 통하여 서로 감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견제와 대립 관계에 있어야 할 사법부와 행정부가 상호 인사교류를 하면서 융합하는 것은 명백히 헌법 위반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법관님의 감사원장행을 극단적으로 비유하는 사람은 아군의 최고위급 장군이 적군의 최고위급 특수 부대장으로 들어가는 것으로 비유할 것입니다. 

 헌법상 근무기간이 정해져 있는 대법관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그 임기 동안 계속 근무하여야 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아야 합니다. 대법관직에 임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대법관직 취임의 의사표시를 한 이상 당연히 그 임기 동안 계속 근무하겠다는 묵시적 의사표시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일 어느 대법관이 임기의 반도 채우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았다면 국회가 그 임명동의를 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대법관님이 이번 언론보도와 같이 감사원장으로 전직하는 것은 위와 같은 묵시적 의사표시에 반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임명동의를 한 국회 측의 신뢰를 배반하는 것으로서 법률상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참고로 국회의원의 경우 사직시 국회의 의결을 거치도록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법관에 대하여는 이러한 하위 법 규정이 없지만 이는 입법의 미비라 할 것이고, 이러한 입법의 미비로 인하여 위에서 본 법리가 배척될 수는 없습니다. 

 (2) 다음, 대법관님의 근로관계는 공법상의 법률관계이어서 민법의 규정이 그대로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우리 민법 제661조가 고용기간의 약정이 있는 경우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때에 고용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은 이번 사안에 특별히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위 규정 및 근로관계에 관한 일반적인 규정들로부터 도출되는 법의 일반 원리에 비추어 보면 아무리 공무원 관계라 하더라도 전 근무지에 대한 관계에서 배신이 되는 전직행위는 신뢰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또한 일반 공무원에게는 사직의 자유가 보장된다고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이지만 이 경우에도 임명권자가 바로 사표수리 의무를 부담한다고 해석하지는 않고, 업무공백을 메우고 적당한 후임자를 구하기까지는 사표수리를 보류할 수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으며, 징계혐의가 있는 공무원에 대하여는 사표수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인사 실무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법관처럼 그 사직으로 인하여 법원조직 전체가 흔들릴 수 있고 후임자를 구하는 절차 역시 복잡하고, 어려운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대법관의 사표수리가 허용될 수 없음은 물론입니다. 

 (3) 또한 원칙적으로 인사철이 아닌 시점에는 일반 법관의 사표가 수리되지 않고 있는 현재의 법원 인사 실무에 비추어도 인사철이 아닌 현 시점에서 행정부로 전직하기 위한 대법관님의 사표수리가 허용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대법관 임명권자는 대통령이지만 이는 국가원수로서의 지위에서 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인사철도 아닌 시점에 정당한 사유 없이 대법관의 사표수리를 하여서는 안 될 것인데 이번 언론에 보도된 바와 같은 정도의 사유는 정당한 사직 사유라고 할 수 없습니다. 

 (4) 끝으로 법관윤리상 대법관님의 감사원장 전직은 허용될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법관윤리강령이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 : "…법관은 … 사법권의 독립과 법관의 명예를 굳게 지켜야 하며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아야 한다. … 법관은… 법관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직업윤리를 갖추어야 한다…. 

제1조 (사법권 독립의 수호) 
법관은 모든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켜 나간다. 
제2조 (품위 유지) 
법관은 명예를 존중하고 품위를 유지한다. 

(중략) 

제7조 (정치적 중립) 
① 법관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 

… (이하 생략) … " 

 아무쪼록 대법관님께서 사법부와 국민을 위한 옳은 결단을 하셔서 이번 일이 오히려 사법부의 위상을 높이는 결과를 낳게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10.09.23 17:03ⓒ 2010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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