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존스홉킨스 대학원생들 월악산 온 까닭은
서재정 교수 강의 듣는 10명
공이동 나눔김장행사 참여
“과거사 관심 갖게 됐어요”
한겨레 김민경 기자기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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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학생들이 21일 오전 충북 충주시 살미면에서 열린 ‘나눔 김장’ 행사에 참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에 전달할 김치를 담그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 드실 김치 190㎏ 담궈요”

21일 오전 70가구 100여명이 사는 충청북도 충주시 살미면 월악산 공이동 마을에 ‘한국전쟁’ 이후 가장 많은 외국인들이 나타났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이 학교 서재정 교수가 진행하는 ‘두 개의 한국’ 수업을 듣는 대학원생들이었다. 외국인 10명이 이 마을을 찾아온 까닭은, 김치를 담그기 위해서다.

고무장갑과 장화, 앞치마로 채비를 단단히 한 이들은 전날 소금에 절여둔 배추를 물에 씻으며 본격적인 김장담그기에 나섰다. 모두들 젓가락으로 능숙하게 김치를 집어 먹을 수 있는 수준이지만, 막상 김치를 담가보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팔과 옷이 김치양념 범벅이 됐지만, 김치 담그는 재미에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옆에선 이 마을 ‘원로’ 할머니들이 수십년 노하우가 깃든 배추양념 제조법을 전수해주느라 열심이었다.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주최하는 행사 취지에 공감한 서 교수가 지난해부터 자신의 수업을 듣는 미국 대학원생들을의 행사 참가를 주선했다. 학생들은 학교의 지원을 받아 지난 20일부터 1주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고, 이날 담근 10㎏들이 배추김치 상자 19개를 경기도 광주에 있는 위한부 할머니들의 쉼터 ‘나눔의 집’에 직접 전달했다. 재료값 등은 모두 자신들이 부담했다.

학생들은 김치를 담그면서 자연스레 위안부 할머니들의 처지나, 한국의 배추값 폭등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쟈넷 리(Jeannette Lee·31)는 “단순히 김치를 ‘만드는’ 게 아니라, 더 좋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한 일이라 생각돼 즐겁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의 경험과 그 이후의 삶에 대해 더 알고 싶다”고 했다. 미국 유학생인 최나래(24)씨는 “한국 역사의 산 증인인 위안부 할머니들을 실제 만나니 책에서보다 더 많은걸 느꼈다”며 “우리가 만든 김치를 할머니들이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을에 있는 민족문제연구소 연수원에서 열린 이 행사는 민족문제연구소 등이 마련한‘월악산 공이동 나눔 김장’으로, 경제적 빈곤 탓에 소외받고 있는 독립운동가 후손, 위안부 할머니, 징병·징용 피해자, 민주화운동 유·가족 등에게 김장한 김치를 전달하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기획실장으로 있던 서우영 ‘사단법인 월악산 공이동’ 상임이사가 독립운동가 후손 등을 지원하자고 제안해 2008년부터 시작된 행사다. 지금은 연구소 회원뿐 아니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장준하 기념사업회, 태평양전쟁 피해자 보상추진협의회 등도 참가하고 있다. 19~21일 첫 행사가 진행됐고, 오는 26~28일에 한 차례 더 김장 행사가 열린다. 두 차례 진행되는 행사에 자원봉사자만 150여명이 참여해 총각김치 600㎏과 월악산 공이동 마을에서 기른 친환경 배추로 만든 배추김치 4000㎏을 담근다.

서우영 상임이사는 “김장을 하며 우리 역사의 피해자를 생각할 수 있고, 담근 김치로 그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사로 자리잡을 수 있을 것”고 소개했다.

충주/글·사진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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