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This Changes Everything: Capitalism vs. The Climate)> 나오미 클라인 저

 

희망의 불씨는 살아있다

 

우리에게 기댈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꾼다> 는 저자가 수년간 두 발로 뛰어다니며 기후 운동에 참여하고 사람들을 취재하며 쓴, 기후 변화 문제의 현상에 대한 일종의 고찰이자 고발이다. 저자는 수많은 사례를 들며, 자본주의과 기후의 관계를 분석하고 파멸을 향해 가는 지금의 경제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경제적, 정치적, 문화적, 심리적 제도들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모든 것을 바꾼다고 하는 이것은 얼핏 보면 기후 변화처럼 보이고, 기후 문제가 우리의 삶을 바꾼다는 주장을 펼쳐낼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후 변화가 심각한 문제라는 당연한 결론을 낼 거라고 감히 추측하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앞서 말했듯 책을 통해 자본주의과 기후의 관계를 분석하고, 기후변화는 자본주의와 기후의 전쟁이라고 얘기한다. ‘기후 변화가 모든 것을 바꾼다탈규제 자본주의가 모든 것을 바꾼다라는 의미로 천천히 변화해간다.

저자는 책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며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소위 우파의 주장을 통해 지속적인 화석 연료 채취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기업이 얻는 이익을 분석하고, 그들의 주장이 오히려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입증해주고 있음을 역설하고, 기업의 채취 활동을 강하게 저지시켜도 모자랄 거대 환경 단체들이 기업과 결탁해 서로 이익을 챙기는 상황을 비판하고, 과학 기술의 발전이나 힘 있는 개인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고 얘기한다. 또한 새로운 경제 체제를 막는 이데올로기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비단 우리 스스로의 노력뿐만이 아닌 민영화된 공공 부문의 재건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기후 변화라는 세계적 위기를 맞은 우리 인류는 자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나날이 극심해지는 탐욕과 파멸을 맞이할 것인가, 긴밀하게 조직된 활동들을 통해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 기업들의 활동을 저지시키며 우리의 세계를 건강하게 만들 것인가? 저자는 우리가 이 갈림길에 서 있다고 말하며, 어느 길을 선택해야 하는지 시간을 들여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변혁의 기회

사실 이전에 기후 문제에 관해 생각할 때면 암울한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우리는 자본의 힘이 지배하는 사회와 문화를 변화시킬 수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 점을 지적한다. 그동안 시민권, 여권, 성 소수자 권리 운동은 의심의 여지없이 지배 문화를 변화시켜 왔지만, 법적/문화적 투쟁에서만 성과를 거두었을 뿐 경제적 투쟁에서 큰 진전을 보였던 사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기후 운동의 가장 힘겨운 과제가 심층적이고 급진적인 경제 변혁의 강력한 추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경제적 목표 달성에 실패한 사회 운동의 수많은 사례들을 보면서도, 저자는 아주 고무적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역설한다. 빙하가 녹는 속도만큼 저항의 불길이 빠르게 끓고 있는 지금, 기후 위기 대응에 요구되는 세계적 차원의 대규모 투자는 지난 2백 년간 진행되어 온 해방 운동들이 이루어내지 못한 미완의 과제들을 이뤄낼 수 있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바로잡을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평등이라는 핵심 명제를 근거로 힘들지만 곳곳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는 투쟁들이 있고, 여전히 사회적인 권리의 보장에 대한 투쟁 또한 진행되고 있다. 우리의 투쟁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기적과도 같은 새로운 운동이 아니라, 지속되어 온 모든 운동의 통합이다.” 저자는 말한다.

 

각자도생을 넘어

나는 책을 통해 경제적 권력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는 늘 예외 없이 엄청난 수준의 사회적 움직임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회 운동이 소규모 집단의 활동을 넘어서 모든 사회 구성원의 활동으로 전환될 때, 사회 변화라는 목표가 일상에 스며들었을 때 모든 사람은 사회 운동가가 된다는 얘기가 있다.

우리는 기후 변화라는 시급한 위기에 부딪혔고, 그 말은 우리의 일상에 사회 변화 문제가 관여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이미 손을 쓸 수 없다거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구실을 내세워 대응을 포기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아직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고, 기술도 해결책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 문제가 진전되기 힘든 까닭엔 억압적인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정치계가 힘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도 있지만, 우리 스스로가 각자도생을 추구하기 때문이라는 점도 있다. 기회만 생기면 개인의 작은 이익을 추구해왔던 우리는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개인을 넘어서 우리가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과, 기후 대응 운동이 세계적 차원의 투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기후 변화를 부정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비록 제대로 된 대응에 나서진 못한다 해도 기후 대응에 대해 공감과 연민, 그리고 근원적인 도덕적 의무감을 지니고 있음을 입증하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반드시 그렇게 보아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책에 인용된 카리 노가드의 말을 인상 깊게 읽었다. 이 근원적인 도덕적 의무감이 발현되어 어느 날 갑자기, 모두가 뛰쳐나와급진적인 변화를 위해 움직일 때 성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저자는 우리가 흔히 이야기해 온 것보다 훨씬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상상해 온 것보다 훨씬 강력한 열망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정말 그렇다면, 어쩌면 변화는 지금 우리 눈앞에 놓여있을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덮고 난 뒤,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모두가 위기를 느껴 광장에 모이는 순간을 나 또한 기대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