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공 5강, "노동의 종말과 시민배당" 라운드테이블 리뷰



 시민배당에 대해서 애초에 그다지 의문을 품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빨강"께서 해주신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를 통해 지금의 시혜적 복지제도의 문제를 간접 경험하기도 했고.


 인간을 필요로 하는 노동이 점점 줄어감에 따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을 통해 안정적으로 생존권과 존엄성을 획득하는 것이 어려워지는 지금, 개인의 권리의 대가인 사회에 대한 기여를 지금까지 화폐로 교환 가능하던 종류의 노동에 대해서뿐 아니라 상호적인 돌봄과 같은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켜야 하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마땅히 소유권이 규정되어오지 않던 물과 공기 등의 공공재에 대한 지분도 모든 인간에게 배분되야 하고 말이다.


 그렇게 되었을 때 그 권리와 기여와 지분의 대상이 되는 인간, 즉 '시민'의 범주는 이전과 달라져야 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생산적인 노동으로 사회에 기여하며, 또 가정을 이루어 사회의 보존을 가능케 하는, 그렇기에 사회적 권리를 인정 받을 자격이 있다고 분류되지 못하던 종류의 인간들이 시민배당의 관점에서는 다른 종류의 기여로 이전보다 더 많은 지분을 가지기 때문이다.


 장애인, 성소수자, 청소년, 여성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인간이 각자의 사회적 기여로 이전과는 다른 형태의 시민권을 인정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도 돌보고, 사랑하는 등 인간 사이의 상호 작용을 이루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당연하거나 대단하지 않게 평가되어온 능력이 인간에게 요구되는 시대이기 때문에.


 그러나 강연을 듣는 내내 시민배당의 개념에는 동의하게 되는 한편 노동의 종말 또한 너무 필연적으로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되었다.


 물론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고, 택배기사와 계산원이 이미 기계로 대체되기 시작했지만, 단순 노동이 무의미하게 취급되고 그저 시민배당의 재원으로서만 존재하는 세상에 대한 의문이 나에게는 있다.


 노동이 화폐에 대응해서만 가치있게 평가되는 사회 체제, 즉 자본주의가 문제인 거지, 노동을 통해 스스로의 생활을 지속하는 방식의 삶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삶의 의미와 노동의 목적을 돈을 버는 것에 두지 않고, 행복하게 일하면서 사는 데 둔다면 오히려 노동의 종말은 막을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물론 시류가 그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또한 시민배당 시스템으로 인해 사람들이 돈에서 벗어난 어떤 동기로 노동을 이뤄낼지도 모른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공공재와 AI 신 노동자층의 생산으로 지속되는 것이 시민배당 사회의 모습이라면 뭔가 많은 의문이 생긴다. 인간끼리의 동의나 배분으로 공공재 사용, 강과 땅에 대한 오염과 파손이 정당화되는지도 모르겠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