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잇수다] 에너지 자급하는 이재열표 ‘적정기술’
 | 2012.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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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만으로 한 겨울에도 60도가 넘는 온풍을 실내로 공급할 수 있는 기술. 햇빛만으로 70도가 넘는 온수를 얻을 수 있는 기술. 햇빛만으로 곡식과 야채를 속성 건조할 수 있는 기술.

연료가 필요 없는데다 친환경적이며, 제작비가 많아야 100만원 남짓인 이러한 기술들을 여러분이 개발했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아마도 서둘러 특허부터 등록하고, 돈방석에 앉을 상상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조건 없이 이러한 기술들을 공개하는 사람이 있다. 경북 봉화군의 한 농가에서 5년 째 재생에너지 적정기술을 연구해온 이재열씨다.

그는 온라인 커뮤니티, 책, 강연 등으로 자신의 연구과정과 성과를 아낌없이 나눈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자체에서 공개를 조건으로 연구 지원을 받지도 않았다. 연구는 오로지 자비로만 진행됐다.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제레미 리프킨의 저서 ‘3차 산업혁명’ 에서 재생에너지가 혁명의 진원지로 지목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연구는 상당한 상품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소셜잇수다에 출연한 이재열님

그런데도 그는 ‘마땅한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 했다. 자신의 연구 또한 남들에게 빚을 졌기 때문이란다. 자신이 한 일이라곤 그저 해외에서 공개된 연구물들을 국내 기후와 주택 사정에 맞춰 개선한 정도에 불과하다고 했다. 게다가 적정기술이 태동부터 지금까지 추구해온 가치를 생각해 보면, 적정기술은 당연히 공개되는 것이 옳다고까지 했다.

이번 소셜잇수다에서는 이처럼 오픈소스¹ 관점에서 적정기술을 연구하고 공유하고 있는 이재열씨를 만났다. 적정기술²과 대안에너지³에 관심을 가지게 된 배경부터, 그 간의 연구 과정과 성과,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1.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설계도인 소스코드를 공개해 누구나 사용, 개량, 재배포할 수 있도록 한, 그런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2. 적정기술: 빈민층의 생활환경과 구매력에 맞는 생필품과 생산도구를 만드는 기술로, 자세한 내용은 소셜잇수다 ‘사람을 보듬는 ‘적정기술’ 편에서 다루고 있다.

3. 재생에너지: 태양열, 수력, 풍력, 조력, 지열 등 자연계에 존재하며, 거의 무한대로 사용 가능한 에너지를 말한다.

평범한 공무원이 적정기술 연구자가 되기까지

그의 전공은 행정학, 귀촌하기 전까지 하던 일은 서울시의 행정 공무원이었다. 적정기술과 관련해 내세울 만한 것이라곤 환경문제와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 정도였다. 자신의 집에다 직접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해 본, 그 정도의 관심. 당시 저층 아파트에 살았다는데, 실외에 집열판을 설치하기 위해 한 달여를 아파트 경비원과 숨바꼭질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차,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경북 봉화로 내려오게 됐다. 7·8년을 공무원노조 활동을 해 왔고, 급기야 파업을 이유로 파면까지 되면서 몸과 마음이 극도로 쇠약해졌기 때문이다. 원형탈모도 생기고, 그대로 있다간 정말 죽을 것만 같았다고 한다.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도 힘들었는지 자신이 가계를 책임지겠다며 귀촌에 동의를 해 주었다.

그렇게 봉화에 터 잡고, 서울에서는 어려웠던 에너지 자급에 본격적으로 도전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때는 적정기술이라는 말도 몰랐다.

그렇게 지금까지 4·5년을 연구에 매달려왔다. 연구 대상은 집에서 당장 필요한 것들이었다. 햇빛을 에너지원으로 하는 온풍기, 온수기, 건조기를 동시에 연구했다. 한창일 때는 밤낮이 따로 없었다. 국내 자료가 없어 서투른 외국어 실력으로 해외 자료를 뒤져야 했다. 햇빛에너지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외국과 국내의 기후 사정과 주택 여건이 상이했기에 시행착오를 반복해야 했다. 햇빛 재생 기술은 태양추적장치가 필수인데, 마땅한 자료도 없고 판매되는 것은 터무니없이 비쌌기 때문에 직접 개발을 했다. 그 덕분에 온전한 그의 연구성과라고 자랑할 거리 하나는 생겼다.

결국 연구를 시작한지 2년 정도 지나서야 연구 결과물들을 그의 집에 설치할 수 있었다.

<이재열님이 연구한 적정기술>

◈ 햇빛온풍기

실내 공기를 햇빛이 달군 집열판을 지나도록 순환시켜 집안을 따뜻하게 만드는 장치다. 햇빛이 강할 때 토출구에서 나오는 온풍 온도는 70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연료도 필요 없고, 공해도 발생하지 않으며, 설치 이후에는 추가 비용도 들지 않는 장점이 있다.

▲햇빛 온풍기 설치 예. (출처: 온라인커뮤니티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

햇빛 온풍기 작동 원리(출처: 온라인커뮤니티 자립하는 삶을 만드는 적정기술센터)

◈ 햇빛온수기

햇빛온풍기와 비슷한 원리로 물을 가열하는 장치다. 이재열님의 집에 설치된 온수기 용량은 4인 가족이 샤워하고 식기 세척까지 가능한 정도다. 물 온도는 햇빛이 좋은 날에는 70도 이상까지 올라간다.

◈ 햇빛건조기

집열판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곡식과 야채를 건조시키는 장치다. 집열판은 햇빛온풍기와 같은 구조로 만들어진다.

기술을 공개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적정기술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가격’이다. 적정기술이 구현된 제품들은 빈민층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저렴해야 한다. 그의 연구 역시 그 기준에 충실하다.

그런데 그에게는 스스로 정한 2가지 기준이 더 있다. 누구나 직접 만들어 쓸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연구 성과는 공유돼야 한다. 그가 이런 기준을 세운 것은 원래가 ‘시혜적’인 사람이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하는 것이 결국 그에게도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그가 처음으로 공개한 연구 성과들은 조악하고 허점투성이였다고 한다. 그런 기술이 지금처럼 개선될 수 있었던 것은 공유 덕분이다. 정보를 공유 받은 사람들은 아이디어 하나라도 더 보태주려 애썼다. 비록 그들도 같은 아마추어였지만, 그들의 의견은 실제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시골에 필요한 적정기술들

그는 주로 재생에너지를 위한 적정기술을 연구하지만, 시골에 필요한 적정기술은 더 있다고 말한다.

시골하면 많이 떠올리는 것이 구들이다. 불길이 지나가는 구조인 ‘고래’의 열 효율성은 탁월하지만, 나무를 태우는 화덕은 그렇지 못하다. 기존의 난방 장치들도 적정기술 차원에서 개선할 여지가 많다는 말이다.

한편, 시골은 갈수기에 취약하다. 선조들은 각자가 빗물을 받아 갈수기에 요긴하게 사용했지만, 댐과 보를 만들어 빗물을 대량으로 가두게 되면서 오히려 개별적인 빗물 활용은 자취를 감추게 됐다. 댐에서 시골에 흩어져 있는 농가까지 물길을 열어 주지도 않는데도 말이다.

물론, 갇힌 공간에 빗물을 장기간 보관하면 햇빛으로 인해 썩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그는 아주 간단한 방식으로 햇빛을 차단한 2톤 들이 저수조에 빗물을 받아놓고, 텃밭 농수와 기타 허드렛물로 활용한다.

시골에는 있는 계곡도 좋은 적정기술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차가운 계곡물로 코일을 냉각시키는 방식을 활용하면, 전기가 필요 없는 냉장고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적정기술센터로 만드는 풀뿌리 적정기술 생태계

국내 곳곳에 적정기술이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사람들이 더 필요하다. 각자의 거주지에 적정기술을 적용, 개선해가며, 그 결과를 다시 거주지 주민들에게 전파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나와야 한다.

그는 마을회관 같은 곳에서 적정기술을 교육해 왔는데, 불편했다고 한다. 그래서 적정기술 연구에 동참하기 위해 근처로 이사온 젊은 친구들과 적정기술센터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원래는 비닐하우스로 만들 생각이었지만, 좀 더 용기를 내었다. 창고 수준으로 도전했는데, 태풍 산바 때문에 무너져 다시 짓고 있는 중이다.

그는 건물이 완공되면 적정기술부터 교육하겠지만, 차츰 농촌 주민들의 자급을 위한 다른 기술들도 교육해 나갈 계획이다. 그와 작은 연구 공동체를 만들고 있는 젊은 친구들에겐 옷이나 식기 등을 만드는 재능이 있다. 그들의 재능도 교육프로그램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이렇듯 적정기술센터는 귀촌하는 사람이 의식주 전반에 걸쳐 자립할 수 있는 기초를 닦아주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가장 어려운 건 먹고 사는 문제

그 동안 그는 가계를 책임져주는 아내가 있어 연구에 매진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녀들이 장성하면서 연구할 만한 여유가 사라졌다. 뜻을 함께하고 싶다며 이사온 젊은 친구들도 신경이 쓰인다. 이들이 먹고 살 수 없어서 농촌을 떠나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믿고 있다. 그들과 함께 느슨한 두레공동체를 만들어 먹거리를 나누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테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주문 제작 서비스다. 연구 성과에 대해서는 공유하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제작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다면 인건비 정도만 받고 제품을 대신 만들어줄 계획이다. 적정기술센터가 건립되고 모두가 강사로 나선다면, 그것도 소득에 보탬이 될 수 있다.

그는 그 동안 정부지원 같은 것은 생각도 안 해 봤다. 정부와 지자체가 당연히 지원해야 할 연구주제이지만, 자칫하면 그 지원이 양날의 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간섭 받는 것도 싫은데다, 지원받는 데 익숙해지면 지원 중단이 곧 연구 중단으로 이어지는 상황이 생겨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지원 신청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

적정기술 관련 창업에 대해서는 가능성은 무한하지만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아직은 적정기술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인데다 정부 지원도 취약하기 때문이란다. 적정기술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저변으로 확대되고 지원 인프라가 구축되기 전까진, 그처럼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는 얘기였다.

적정기술, 연구자에게도 적정해야

그의 연구는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서도, 영세한 농가의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서도, 앞으로 벌어질 3차 산업혁명의 국가간 경쟁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경제적인 어려움을 호소한다. 모두에게 적정한 기술이 정작 연구자 당사자에겐 적정하지 않은 모순이라니.

적정기술센터가 생계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는 다른 연구자들에게 빚을 졌다고 했지만, 우리는 그에게 빚을 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의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이번 소셜잇수다는 여의도공원 인근을 돌아다니며 녹화했다. 파면 공무원들의 복직 요구 시위에 참가한 그에게 잠깐 짬을 낸 것인데, 시간이 늦은 탓인지 서울의 밤 소음이 많이 섞였다. 귀에는 거슬릴 수 있겠지만, 충분히 값진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궁금하신가. 그렇다면 소셜잇수다를 청취해 보시라. (첨부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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