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작업장학교 고등과정 시즌2 제5회 졸업식 "경계 너머 세계">


이 시대 대안학교의 역할

 

 

侍人 이지연 (영상팀 굴)

 

 

 

올해 초, 리모델링 공사를 거친 999클럽의 오픈식이 있었다. 축사에서 조한은 예전에 999클럽이 청소년들이 정말 신나게 춤추고 놀 수 있는 장소가 되어주었다면 지금은 기후변화를 함께 해결해나가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하셨다.

 

1999년도에 인천호프집 화재사건이 있었다. 당시 그 안에 있던 수십 명의 청소년들이 참사를 당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자 시즌 1의 십대들은 이 사고로 세상을 떠난 자신들과 같은 십대들을 추모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가졌다. 그리고 십대들이 안전하고 신나게 놀 수 있는 공간으로 999클럽을 직접 디자인했다. 그리고 2016, 이제 이곳에서 조한은 앞으로 우리 세대가 겪어야 할 문제들인 기후변화, 탈핵을 십대들이 직접 나서서 함께 해결해나가자고 긴 설명 없이 제안하셨다. 2011년도에 후쿠시마 핵사고가 있었고, 그 뒤 나는 하자에 입학했다. 나에게 999클럽은 줄곧 탈핵을 함께 의논하는 자리로 인식되고 있었다. 이름은 예전 999클럽 그대로였지만 말이다.

 

1999년에 인천호프집 화재사건이 있었고, 그 전후로 대안학교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그때는 대안교육을 통해 세상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2014년에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다. 그리고 전 지구를 둘러싼 기후변화, 핵사고 등 세상은 걷잡을 수 없이 나빠졌다. , 직장, 거리, 대중매체 등 모든 곳에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하다는 논리가 스며들었고 이런 시대에서 우리는 너무나도 많은 사회의 재앙들을 마주하며 살아가게 되었다.

 

내가 다닌 하자작업장학교는 이런 위기의 사회 속에서 살림의 힘을 키워나가는 청소년 시민 대안학교다. 시즌 2 크리킨디 학교인 우리 학교는 사회에 초점을 맞춰 함께 이야기 나누고 배운다. 학교를 다니는 3년 동안 후쿠시마 핵사고와 밀양의 송전탑 투쟁을 통해서 잘못된 에너지 시스템과 탈핵에 관해서 공부했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을 때에는 국가란 무엇인지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 나눴다.

 

또 배움을 넘어서 우리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했다. 매체를 통해서 학교 밖의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우리의 메시지를 전했다. 연대하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직접 행사를 기획해 사람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또 우리 안에서부터의 전환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도시농사를 짓고 여러 적정기술을 함께 익혀나갔다그렇지만 이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이 있었다. 사회와 스스로를 연결하는 일부터였다. 이렇게 마주하기가 힘든 사회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회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나에게도 그런 마음이 있었다. 내가 마주한 사회는 너무 어렵고, 너무 슬프고, 너무 위험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꾸준히 사회와 스스로를 연결하는 작업을 했다.

 

우리는 늘 같이 모여 앉아 리뷰를 하고 생각을 공유했다. 또 매체 작업을 하고 학기에 한 번 씩 에세이를 쓰고 공유했다. 이렇게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고 함께 했던 일들을 다시 나의 관점을 가진 이야기로 풀어냈다. 사회를 바라보면서 동시에 나 자신과 연결하는 일은 스스로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또 다른 죽돌들이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내가 바라는 세상과 우리의 배움을 되돌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일상과 교실이 하나 되었다. 사회와 나를 연결하는 것이 곧 교실과 나의 일상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이런 과정을 거친 뒤 나는 우리 학교에서 하는 배움과 운동에 기쁜 마음으로 힘을 내어 동참할 수 있게 되었다. 불이 난 이 세상에서 우리는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간다. 하자작업장학교의 공연음악팀은 늘 현장에 달려가 바투카다를 연주해 분위기를 전환시키며 응원했고, 영상팀은 한국에 있는 분들의 기후변화와 관련된 목소리를 담은 영상을 제작해 COP21의 포럼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식사하기 전 함께 외우는 공양게송부터 토종종자운동까지 우리는 사회의 전환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예전과 다르게 더 어려워진 시대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어떤 대안적인 배움을 가져도 더 나빠진 사회와 마주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기 때문에 이 학교라는 공간에서 다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생긴 것이다. 과거 탈학교를 한 십대들이 투쟁하며 만든 대안학교는 전보다 안정적인 곳이 되었다. 이 공간에서 이제 우리는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변화시킬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주어진 것이 아닐까? 어쩌면 해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이런 활동들을 통해 학교 밖에서 사회전환운동을 하고 있는 분들을 만나며 그분들의 마음과 힘을 배웠고, 나는 어떤 어른으로 자라나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것은 중요하다. 그렇지만 이런 시대를 읽고 사회와 마주했을 때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더 폭 넓게 확장되었다. 또 인식하게 된 사회의 크기만큼 나도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 세상을 만들어가는 하자작업장학교에서 나는 어른이 되는 배움을 가졌다고 생각한다.


이 시대에 사회와 교실과 삶이 하나 되는 배움이 가장 필요하지만 또 가장 어렵게 되어버렸다. 대안학교 교사들이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처럼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다. 작업장학교에서 이 시대를 읽는 연습을 3년 동안 했다. 사회와 거리두기 하면서 바라보고 다시 그 사회 안에 있는 나 자신을 보는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우리가 살아가는, 앞으로 살아갈 사회에서 시대를 함께 읽을 수 있는 동료들을 더 많이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체이탈 되지 않는 시대 배움, 그리고 전환의 기술 등 대안교육 커뮤니티 사이에서 지금도 하고 있는 논의를 더 활발하게 했으면 좋겠다. 세상을 돌보는 것과 서로를 돌보는 것의 균형을 잘 찾고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쟁사회에서 십대를 해방시켜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해방의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시대와 세상을 이해하고 더 좋게 만들어나간다면 좋겠다.

 

모든 것이 가속화 되어 나빠지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점점 더 바쁘게 해결해야 할 일이 많아질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하자작업장학교가 가끔은 쉬어 가면서 옆에 있는 죽돌들도 더 잘 돌볼 수 있는 마음과 시간적인 여유를 뒀으면 좋겠다. 이 재앙의 시스템을 바꾸어나가려면 우리가 있는 교실에서 죽돌, 판돌들과의 친밀함과 믿음으로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졸업하는 입장이지만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나갈 하자작업장학교의 사회전환운동을 함께하는 마음으로 응원하고 동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