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작업장학교 고등과정 시즌2 제5회 졸업식 "경계 너머 세계">


정답이 없는 하자작업장학교

 

 

䙾人 이예지나 (공연음악팀 고요)

 

 

 

하자작업장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사람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왜 이렇게 우울해졌냐. 표정이 사라졌다, 괜찮은 거냐는 말이다. 처음 입학할 때만 해도 잘 웃고 활기찼는데 학교에 다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표정이 점점 사라졌다. 일상생활 중에 웃는 일이 거의 없어졌고 우울해질 때가 많았다. 학교에서 하는 일들이 싫거나 내 생각과 어긋나는 것은 아닌데 왜 이리도 지치고, 우울해지는지 답답했다. ‘내가 배우고 싶은 게 있어서 하자에 온 것인데 왜 이런 거지? 이건 나의 문제일까? 하자의 문제일까?’ 의문이 들었다.

 

하자작업장학교는 전부터 이어오고 있는 고민들이 있었다. 후쿠시마사고 이후에 탈핵 공부를 시작하고 나비문명을 꿈꾸고 있었다. 작업장학교가 하려는 공부들이 있고 나는 그것을 습득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처음엔 배우는 것들이 즐겁게 다가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고민하고 따라가야 하는 내용들이 많다는 걸 느꼈다. 나는 작업장학교의 배움을 좇아가기에 급급했다. 점점 공부를 정답 외우는 식으로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아는 것이 많이 없으니 일단 이미 해오던 것을 잘 배우자!’ 하며 어느 순간 이후로 답만을 좇고 있었다. 우리가 하는 일은 하나의 대안, 하나의 사례인 것이지 모두가 함께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처음에 나는 사회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데에 정답은 있다고, 그것을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학교에서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완벽한 해결방법이나 정답이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정답은 없었지만 제시하는 방향은 있었다. 밀양에서 송전탑 공사로 정부와 주민들 간에 갈등이 깊어져 폭력이 오가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분노했지만 당장 어떤 일을 할 수 있을지, 페이스북 기사를 공유하는 것 말고 무엇을 더 할 수 있을지 고민에 빠졌다. 그럴 때 하자에선 밀양과 같은 사태를 만든 송전시스템, 전기시스템에 대해 공부하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공연과 영상을 만들자고 했다. 밀양할머니들 앞에서 바투카다 공연도 할 수 있었고, 송전탑 백지화쏭 뮤직비디오도 만들고, 또 잘 알지 못했던 한국의 에너지 시스템과 송주법 등에 대해서도 공부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와 자기 일상을 고민하고 바꿔가는 일들을 했다. 에너지를 절약했고 적정기술을 배웠다.

 

하자작업장학교에는 함께 공부하고 고민을 이어가면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많다. 매주 마지막 날엔 주간리뷰를 하는 시간이 있고, 매 학기마다 페차쿠차를 하고 에세이를 적는다. 그런 시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고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그 시간들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우울함에 빠진 이유 중 하나도 그 시간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페차쿠차나 에세이에서도 질문과 고민이 부족한 채로 어디서 들은 이야기들을 모아서 말하게 되곤 했다. 듣게 되었던 코멘트도 그런 경험을 한 고요의 이야기를 들려 달라는 것이었지만 매번 말문이 막혔다. 코멘트를 들은 이후 고민을 해봐도 나는 다시 내 이야기가 없는 상태로 돌아갔다. 나의 관점에서, 질문과 호기심으로 시작되는 공부가 필요했던 것 같다.

 

사회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를 작업장학교에 와서 처음 해봤기 때문에 뭘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그랬기에 충실히 학교를 따라가는 사람이 되었다. 작업장학교에서 해오는 방식이 정답이라고, 아무 의심 없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때론 작업장학교를 맹신하기까지 했던 것 같다. 앞뒤 가리지 않고 맹목적으로 좇은 시간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잃고 생기를 잃은 배움을 이어오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없는 공부는 공허하기만 하다. 자신과 공부를 잘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졸업을 앞둔 지금에 와서야 내가 어떤 상태로 지냈는지 인식할 수 있게 되었다. 학교를 다닐 때엔 상태를 바꿔내는 과정이 힘들게만 느껴졌었다. 해결되지 않고, 설명할 수 없어서 답답하고 힘든 시간을 많이 보내왔다. 내가 학교를 다닌 방식이 옳고 그르다고 평가할 순 없겠지만 적어도 앞으로 작업장학교를 다니게 될 죽돌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졸업하는 나도 배우는 방식을 바꿔가야 할 것이다. 스스로의 질문과 고민을 가지고 배우려고 한다. 내가 정말 어떤 공부를 하고 싶고,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나와 분리되어있는 공허한 배움을 만들어가고 싶진 않다. 우울함에 빠지지 않고 계속해서 해나갈 수 있는 배움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가 하는 공부는 정말로 정답이 없다. 항상 변화하고 진화하고, 시간과 공간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이야기될 수 있다. 참여하는 개인들의 생각이 중요하다.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의견을 가지고, 자신의 관점으로 이야기하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업장학교는 다양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커리큘럼이 확고히 정해져있는 것도 아니고, 판돌들도 판을 깔아주고 생각의 방향을 잘 이끌어줄 뿐이다. 그 가능성을 기회로 바꾸고 현실로 만들어가는 것은 죽돌들의 몫이다.

 

매해 해외현장학습을 가게 되면 새로운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에게 작업장학교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 누가 설명하는지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곤 하지만 대개는 하자작업장학교는 생태, 평화, 함께 살기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부하고, 공연음악, 디자인, 영상이라는 세 개의 매체를 작업을 한다.......” 하는 식으로 소개를 한다. 학교를 이야기하는 보편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정답도 아니고, 어쩌면 중요한 소개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자신의 버전으로 학교를 소개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랬을 때 작업장학교의 배움이 진정한 배움이 된다. 배움과 의미를 찾아가는 것은 각자가 할 일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앞으로 학교를 다닐 죽돌이라면 절대로 작업장학교에서 하는 이야기를 정답처럼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공감가지 않거나 작업장학교가 하려는 방향들에 의문이 생기면 언제든 질문을 던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자신의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생각하고 답을 찾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처럼 우울함에 빠져 지내지 않고 즐겁게 배움을 이어나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