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작업장학교 고등과정 시즌2 제5회 졸업식 "경계 너머 세계">


눈을 뜨다

 

 

이예지나 (공연음악팀 고요)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안학교를 다녔다. 처음엔 부모님의 제안으로 다니게 되었고, 이후엔 나의 선택으로 다녔다. 초중등 대안학교에선 가족처럼 따뜻한 분위기로 학생 한 명 한 명을 보듬어주었던 것 같다. 학생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도와주었고 서로 경쟁을 하는 분위기도 없었다. 선생님들과도 가깝고 친근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다. 대안학교라는 작은 공동체 안에서 친구들과 다투지 않고 원만한 관계를 만드는 것,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 중요한 일들이었다.

간디중학교에서 보낸 3년의 시간동안 집중하게 되었던 것은 관계였다. 한 학년에 30명이 채 되지 않는 작은 학교 안에서 3년 동안 마음 놓고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친구를 사귀었고 깊은 신뢰를 갖고 지낼 수 있었다. 생각하고 고려하는 관계와 세계는 내 주변 친구들, 간디학교 안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아쉽고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같은 것이 있었다. 학교 밖 사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래서였는지 중학교에서 했던 수업 중 사회 수업이 흥미로웠다. 사회 수업 중에서도 <대안경제>라는 주제에 관심이 컸고 주로 사회적기업과 적정기술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난다. 그 수업은 학교 밖의 세상, 넓은 사회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계기가 되었다.

 

사회 수업의 일환으로 하자에서 열린 서울청소년창의서밋에 참여를 하게 되면서 하자작업장학교를 알게 되었다. 작업장학교는 내가 잘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한 학교였다. 하자에서는 이미 적정기술을 하고 있었고 사회를 향한 관심, 매체 작업 등 색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학교생활 내내 친구들과 노는 것이 전부였던 내가 사회적인 문제, 적정기술, 하자 방문에 흥미를 가지는 모습을 보고 주위 사람들도 그곳에 가는 것을 추천했다. 하자작업장학교의 바쁜 일정과 잘 알지 못하는 낯선 공부로 걱정이 되긴 했지만 도전정신을 가지고 하자에 지원을 했다.

 

하자를 통해 사회에 대해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1년은 하자작업장학교라는 또 다른 사회에 적응을 해나가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자는 간디와는 정말 다른 방식을 추구하고 있었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공부하며 잘 뭉치기도 하였지만, 한편으론 서로 간에 일정거리를 뒀다. 하자 사람들은 각자의 공부와 작업을 열심히 했고 간디에 비해서 차갑기도 하고, 쿨 하기도, 까칠하기도 했다. 서로 편한 관계와 환대해주던 선생님들이 있던 간디와

는 정말 달랐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를 좀 더 깊게 공부하러 왔지만 여전히 내 주위와 학교 안에서 고민을 하는 데에 멈춰있었다. 생각하는 범위는 하자작업장학교 안이 전부였다. 전과 다른 환경과 배움이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을 읽어내는 나의 생각이나 관점을 바꾸지 않으면 작업장학교 안에서의 배움이 달라지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학교 안 사회를 넘어 학교 밖 더 큰 사회로 눈길을 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작업장학교에 와서 본 세상은 슬프고 아픈 모습이었다. 어쩌면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수없이 많은 사건사고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겪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단지 내 주위에 있지 않았기 때문에,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처음엔 사회문제를 들여다보는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그렇지만 점점 이해의 폭을 넓혀갈 수 있던 건 문제를 겪고 있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하자에 다니며 여러 문제들을 겪으면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왔다. 밀양 어르신들, 후쿠시마 사람들, 노들야학 장애인분들, 메솟의 청년들, 세월호 유가족분들....... 뉴스 속에서, 시사 기사를 통해서 접했던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나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었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 속에서 어쩔 수 없이 그런 일을 겪게 된 것이었다. 그들을 직접 만나면서 사회문제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 이야기를 떠올리게 되었다.

내가 겪고 있는, 그렇지만 잘 인식하지 않았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개인적인 선택이라고만 생각하고 대안학교를 다녔지만 대안교육은 학교와 사회를 바꾸는 교육운동의 일환이었다. 대안학교는 학교 교육에 이의를 제기하고 대안을 만들어가는 곳이다. 대안교육을 통해 더 넓은 사회를 들여다보고 나도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포함되어있는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나 또한 사회의 한 부분으로 여러 문제를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었다. 우리가 겪는 문제들은 따로 떨어져 있지 않고 모두 연결되어 있다. 별개의 문제인 듯 보이지만 실은 같은 사회구조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그렇기에 각자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을 넘어서야 한다.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벅찬 듯이 느껴지고, 혼자 살아남기도 어려운 시대이지만 그럴수록 함께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조금만 고개를 돌려 다른 사람을 볼 수 있다면, 나와 너의 문제가 다르지 않고 연결되는 같은 구조가 있음을 인식할 수 있다면 사회문제들이 보다 쉽게 해결될지도 모른다.

 

간디학교라는 시골 속 작은 학교에서 더 큰 사회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하자작업장학교에 왔다. 지난 3년간 학교 바깥으로 고개를 돌려 나와 연결된 사회를 인식하고 고민을 이어갈 수 있었다. 처음엔 낯설고 어려운 공부라고 느꼈지만, 사실 사회를 공부하는 일은 나를 잘 알고 나의 주위를 잘 둘러보는 일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나 자신부터 바꾸어 가려는 노력들이 결국 사회를 바꾸고 나와 우리의 행복을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