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많은 문제들이 중층적으로 얽혀서 복합적인 위기상황 속에서 살고 있다고 느끼고 있다. 요약하자면 세계적 금융파탄, 경제위기, 환경위기, 고용위기, 거기다가 정치적 혼란 등 ‘지속가능성의 위기’라는 말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지속가능성이라는 환경문제를 넘어 현대세계가 추구해온 개발이나 발전이 과연 지속가능한 것인지, 더 나아가서는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2. 지난 오랜 시간동안 인간생존의 자연적 기반이 무분별하게 파괴되거나 훼손되어왔다. 사실 가장 두려운 것은 기후변화이다. 태풍과 가뭄, 대홍수, 이상고온/이상한파 등 총체적인 자연재해가 끊임없이 들이닥칠 것이다. 그러나 핵심적인 문제는 마치 빙하가 녹는 것처럼 자연재해들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문제를 연쇄시킨다는 것이다. 


3.이러한 환경문제나 기후변화 같은 문제보다 젊은이들의 살아갈 문제가 더 절박한 관심사일 것이다. 갈 수록 젊은이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없고 오로지 혼자 살아남을 궁리만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모두가 자신은 합격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예외적인 행복을 원하는 것은 과연 지속가능한 사회일까?


4. 지금 많은 사람들은 이러한 위기가 일시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경제란 근본적으로 물질적 기반으로 유지되는 체제인데 그 물질적 기반, 즉 자원이 급속도로 소멸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세계의 엄연한 현실이다. 경제성장의 시대는 끝났으나 언제까지나 계속될 수 있을 거라는 맹목적 믿음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국가도 마찬가지이다. 적어도 우리는 이 사실을 이해하고, 낡은 사고습관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5. ‘제본스의 역설’이란 기술적 효율성이 높아지면 자원이 절약되는 것이 아닌 총략적으로 오히려 자원 소비가 더 증가하는 역설적 현상을 말한다. 오늘날 세계경제의 자원의존도가 100년 전에 비해서 수십 배가 넘었다고 한다. 결국 기술적 효율성을 높여 봤자 전체적 생산량과 소비량은 늘어날 뿐 자원 절약은 되지 않는다.


6. 가장 심각한 문제는 석유문제다. 에너지 뿐만이 아닌 거의 모든 현대적 산업생산과 소비생활의 필수불가결한 원료/재료이다. 그러나 석유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잔존 매장량이 아닌 피크오일이다. 앞으로 점점 석유값은 폭등할 것이다. 당연히 수출의존도가 높고 석유제품이 대부분인 한국은 경제가 붕괴될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당장 걱정해야 할 것은 식량이다. 만약 석유가 없다면 농사도 전멸일 것이다.


7. 북한의 굶주림 사태의 이유는 사회주의 이름 밑에서 진행된 집단농장화로 꼽지만 현대화된 농업 역시 중요한 이유다. 트랙터를 포함한 농사용 기계와 비료, 농약 모두 석유로 만든다. 농산물 운반 수단 역시 석유로 운영된다. 현재 중국은 공업화된 과정에서 삼농(농촌•농민•농업)을 살리려는 움직임이 있다. 남한 역시 북한과 다른 상황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8. 이렇듯 석유와 자본 위에 세워진 체재의 종말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자본가들이 투자를 해서 계속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월러스틴은 앞으로 20~30년 내에 자본주의가 붕괴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대안적 사회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는 이 새로운 사회가 둘 중 하나일 것이라고 말한다. 하나는 지금보다도 조금 더 민주적이고, 조금 더 평등한 사회다. 다른 하나는 지금보다더 훨씬 더 권위주의적이고 착취적이며 억압적인 사회라는 것이다.


9. 후자에 가까운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자본과 기업이 공공선을 위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해야한다. 결국 그 방향을 정하는 국가의 공권력과 시민들의 각성된 힘뿐이다. 덧붙여 ‘국익’논리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월 20만원의 기초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뒤집었을 때도 사람들은 대부분 “나라에 돈이 없다는데 어떻게 하겠어”라고 체념해버렸다. 그러면서 국방을 위해서라는 명분 하에 한대에 5,000억원이나 한다는 최신 전투기를 40~60대나 사겠다는 정부의 결정에 아무도 군소리하지 않았다. 결국 자본주의와 국익은 결합되어있다. 


10. 그러나 그런 논리에 빠져 무비판적으로 주저앉아 있으면 출구는 절대로 열리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지금 우리를 가두고 우리 삶을 어둡게 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우리 자신의 상상력의 결핍이다. 상상력이라는 것은 공상과 다르다. 공상은 헛된 꿈에 기반한 생각을 말하지만 상상력은 최소한의 현실적 근거에 입각한 구상능력을 말한다. 따라서 기존의 사고습관으로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모델이 역사 혹은 동시대 어느 곳에 실제한다면 그것에 주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11. 그런 점에서 ‘군대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와 성숙한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코스타리카는 1949년에 헌법에 군대를 갖지 않기로 명시하고 그 상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다. 코스타리카가 군폐지에 있어 의미 있는 이유는 전통적으로 늘 불안한 정세가 계속돼온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군대를 없앴다는 것이다. 식민지로부터 독립한 이후에도 빈발하는 쿠데타 속에서 국방장관이 제일 먼저 군대를 없애자고 했다. 군대를 지휘하는 책임자가 발의하고, 대통령이 받아들이고, 국민들도 인정했다는 것은 비상한 용기다. 어쨌든 군대를 없앤 이후 코스타리카는 별문제 없이 평화로운 민주주의체제를 유지해오고 있다. 


12. 국방비 대신 교육과 의료, 사회보장 시스템을 보강하는 쪽으로 사용해 국민들의 삶이 윤택하다. 군대가 없어짐으로써 국가의 재정에 여유가 생길 뿐더러 대다수 국민들의 심리와 정서가 알게 모르게 비폭력주의적인 방향, 즉 평화주의적인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2003년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했을 때 미국이 최소한의 명분이라도 확보하기 위해 유엔의 승인을 얻으려 했으나 실패한 사례가 있다. 그때 어떤 경위였는지 모르지만 코스타리카 대통령도 지지성명을 냈다. 그러자 다른 사람도 아닌 코스타리카의 한 장관이 대통령을 최고재판소에 제소하였다. 한술 더 떠 최고재판소도 대통령의 행위가 위헌적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11. 분단국가인 한국에서 군대 없는 나라를 꿈꿀 수 있는가? 하지만 이런 생각이 오히려 우리를 가두는 근원적인 질곡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는 성장시대의 종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깊이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어쨌든 지금까지와 같은 낡은 사고습관으로는 대응할 수 없는 상황일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요컨데 앞으로 우리는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세상을 맞게 될 것이다. 성장시대가 끝나고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되면 월러스틴과 같은 사람이 우려하는 그림이 등장할 것이다. 지옥 같은 세상을 원치 않는다면 결국 대답은 민주주의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중심으로 우리는 모든 지혜를 모아서 활발히 토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용기를 가질 필요가 있다.